뒷북이긴 하지만 지난 9월 2,3일간 일본 동경에서 열렸던 W3C Web on TV 워크샵[1] 후기를 적어볼까 한다.
나에게 W3C Web on TV 워크샵이 일본에서 열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 졌는데 현재 TV 쪽에서는 Web 을 방송과 TV에 접목시키는 작업이 유럽의 Open IPTV Forum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상용화에 가장 앞서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IPTV 의 초기모델이 단순히 웹컨텐츠를 방송과 융합시키는 정도였다고 하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IPTV 는 단순한 융합을 넘어 방송신호안에 웹컨텐츠 정보를 삽입하고 웹기술을 통해 TV의 UI를 담당하는 등의 상당한 진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속에서 일본에서 개최되는 W3C Web on TV 워크샵은 Smart TV라는 화두가 뜨는 이시점에서 대단히 시의적절 하면서도 왜 하필 이것이 일본에서 열리는가 하는 의문점을 주는 행사였다.
2010년 9월 2일 3일 양일간에 결처셔 열린 이 행사는 일본 게이오대 Mita 캠퍼스에서 진행되었다. 'TV에서 웹을 이용하는 핵심 Use Case 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워크샵은 현존하는 웹기술을 어떻게 TV 환경에 잘 융합시킬 것이며 어떤 새로운 웹스펙이 TV 와 방송에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크게 총 6개의 세션으로 이틀간 진행된 워크샵의 세션별 내용은 다음과 같다.
- Existing Digital TV approaches
- Proposals for smarter integration of Web and TV from vendors' viewpoints
- Proposals for smarter integration of Web and TV from research viewpoints
- The role of HTML5 in the Web on TV, esp. expectation for HTML5 as UI
- The role of HTML5 in the Web on TV, esp. TV as the hub within home network
- The role of HTML5 in the Web on TV, esp. Device APIs for TV
각세션의 상세한 발표내용 및 논의된 내용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날 진행된 워크샵의 오전 세션은 일본 방송사들의 데모였다. BML(Broadcasting Markup Language)를 통해 이미 상용화된 방송서비스를 들을 실제 라이브 신호로 데모를 보여주었다. 우리가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일본 방송사 6개사에서 돌아가며 데모를 하였는데 직접 방송장비를 회의장까지 공수해 오는 열의를 보였다. 실제 라이브 방송 신호를 통해 현재 서비스 되고 있는 화면을 선보였다. 시연에 참가한 방송사들은 다음과 같다.
- Nippon Television
- TV Asahi
- Tokyo Broadcasting System Television
- TV Tokyo
- Fuji Television
- Wowow
일본 방송사들의 데모는 실로 참가자들을 압도할 만한 수준이었는데 일본은 이미 10여년 전에 웹과 방송에 대한 결합에 대해 고민을 하고 독자적인 BML 스펙을 개발하여 현재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른 나라들이 이제 IPTV 환경에서 웹을 고민하고 있는 것과는 무척대조적이었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방송사에서 나온 사람들의 발표 수준에서 그들이 웹과 웹기술에 대해서 얼마나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 지를 알 수 있었다.
국내 산업에서 웹이란 일부 웹개발자나 웹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 이외에는 생소한 분야인데 일본은 이미 방송국 담당자들마저 해박한 웹기술 관련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방송사들의 시연을 통해서 다양한 상용화 서비스를 보았는데 기억나는 것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 TV 방송중 지진이 나면 실시간으로 지진 정보를 웹으로 받아보는 화면
- 선거방송과 트위터를 결합하여 TV와 트윗을 동시에 시청하며 여론을 확인.
- 포켓 몬스터 시청중 화면 오른쪽에는 포켓 몬스터 카드게임 플레이(웹으로 만들어진 게임)
- 카지노 방송을 시청하면서 TV화면 주변에 게임화면이 등장하여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이 온라인 카지노를 즐기는 웹게임 서비스.
- 안도미키의 피겨스케이팅을 시청하며 시청자가 직접 점수를 매기는 서비스등.
(촬영해 오고 싶었으나 방송사 측에서 촬영에 난색을 표해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음.)
데모 세션후에는 각세션별로 4,5 명의 발표자가 나와 5분 정도의 주제 발표를 하고 대부분의 세션의 시간은 패널토의로 진행되었다. TV에서의 웹이라는 주제는 현재 상용화 된 부분과 W3C에서 표준화로 담아낼 부분이 아직 큰 갭이 있기 때문에 각 사업 주체별로 다양한 의견들과 생각들이 충돌하고 교류되는 시간이었다.
여느 W3C 워크샵과는 달리 참가자들의 열기가 무척 뜨거웠는데 100명 정도 수용한 회의장에 144명이 참석하여 현재 Web 그리고 TV 라는 화두가 얼마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한 사람들의 소속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얼핏 살펴봐도 일본의 유명 방송사들은 모두 참여하였으며 국내 가전 업체들 그리고 웹브라우저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워크샵 초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부분은 'TV의 정체성' 에 관한 부분이었다. 웹을 TV에 적용하기 위한 사용자 경우를 생각해 보다 보니 도대체 TV란 PC와 어떻게 다르며 왜 웹을 TV에 적용시켜야 하느냐 하는 원론적인 토론이 상당히 오랜시간 진행되었다.
TV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들으면서 Web on TV 는 현재 TV가 처한 위기감의 반영이면서 동시에 이를 타계할 유일한 방법이 Web 과의 결합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젊은이들의 공중파 시청시간은 줄어들고 있으며 상당수가 TV대신 PC를 통한 온라인 영상을 접하는 것에 익숙하다. 즉 TV의 자리가 점차 PC에게 빼앗기고 있는데 이는 PC가 단순한 영상제공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엔테인먼트 컨텐츠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TV는 PC의 영역을 어느정도 침범하여 가정의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 되어야 하나 현재 TV가 가진 UI의 한계(리모콘의 한계)로 인하여 현재 다양한 고민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 웹은 TV 진영에게 과거보다 더 미려한 UI를 제공해 줄 수 있으며 IP를 통한 실시간 컨텐츠들을 방송과 매끄럽게 융합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해 줄 수 있어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워크샵 각 세션들 주제에서도 살펴 볼 수 있지만 웹은 UI 기술로서 TV에 자리매김 할 수 있으며 Device API 를 통해 가전기기들을 통제하기도 하며 웹이 가진 특성을 기반으로 집안 가전기기들을 묶는 허브역할을 해낼수도 있는 것이다.
각 세션별로 다양한 난상토론이 진행되고 쉬는 시간 동안에는 각 세션에 발표되었던 토픽들을 정리하여 회의장 벽에 붙여놓고 참석자들에게 현재 가장 시급하게 W3C가 표준화를 진행해야 할 토픽이 어느부분인지 투표를 하게하였다.
투표 결과는 아래와 같다.
- APIs for TV functions: 41 points
- Richer user experience: 37 points
- Smarter integration with CE (Consumer Electronics): 32 points
- Content rights: 12 points
- Personalization: 8 points
- TV as broadcasting service (rather than a device): 8 points
- Accessibility: 7 points
- Relationship with existing approaches: 7 points
- Security: 4 points
투표 결과 1위를 보면 역시 웹을 통해 TV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Device API 의 표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는 아무래도 참가자의 절대다수가 방송사와 TV제조사 였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리고 2위는 HTML5/CSS3 와 같은 최신 웹기술을 통해 아주 풍부한 사용자 UI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웹기술을 이용한 TV 및 셋탑박스 UI 제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CSS 뿐만 아니라 SVG를 이용한 기술들이 적극활용 되고 있는 중이다.
첫째날 워크샵을 마치고 간단한 저녁 모임이 있었는데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현재 Web on TV 관련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과대학학장이 직접 저녁 오프닝 연설을 해주었고 일본 정부기관(MIC) 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일본이 'Web on TV'라는 토픽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을 하려고 하는지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최초에 왜 이 행사가 일본에서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했는데 그 의문은 워크샵을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었다. 처음에 말했듯이 유럽에서는 IPTV Forum 을 통한 Web 을 이용한 Hybrid 방송 및 서비스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고 산업전반에 지지를 받아 현재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상용화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Open IPTV Forum[2] 이 지향하는 CE-HTML[3]/DAE 는 좀더 웹표준과 많이 닮아 있다. CE-HTML 은 HTML 의 subset 이며 DAE 는 자바스크립트 환경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바로 핵심은 여기에 있다. 웹표준을 지향하는 Open IPTV Forum 진영이 지지를 받자 비표준적 성격이 많이 포함된 BML[4] 은 조바심이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의 안타까운 점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혁신적인 기술을 내놓지만 내수에 특화시킴으로서 세계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동떨어져 '갈라파고스'화 현상을 겪는 다는 것이다. NTT Docomo 무선인터넷 기술, 아날로그 Hi Vision 등이 세계화에 실패한 전레를 가지고 있다. 이번 W3C Web on TV 워크샵을 통해서 BML 을 통해 상용화를 완료한 일본이 가지고 있는 조바심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일부 일본 발표자들은 데모를 통해 이미 상용화된 일본의 Web hybrid 방송 서비스를 보여주며 이미 이렇게 진보된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이런 규약들을 W3C 표준에 기여(?) 하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피력하기도 하였으나 사실은 일본의 앞서간 기술을 표준화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다만 일본이 상용화 측면에서 많이 앞서나간 것은 사실이나 BML 의 비표준적 요소들이 향후 W3C에서 어떻게 반영될 지는 미지수이다. 이미 일부 참가자들은 BML을 무선에서 WAP 에 비유하며 BML 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었다.
이번 워크샵을 마치면서 향후 Web on TV 를 W3C에서 어떻게 담아낼 것이냐에 대한 정리논의가 이뤄졌다. WG(Working Group) 보다는 IG(Interest Group)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방향성을 정하고 메일링리스트도 새롭게 셋업하였다. <public-web-and-tv@w3.org> 라는 메일링리스트이며 관심있는 사람을 가입해 보는 것도 좋다 가입방법은 <public-web-and-tv-request@w3.org>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고 제목란에 subscribe 라고 적어보내면 된다.
Web on TV 워크샵은 향후 유럽을 비롯한 다른 대륙에서도 개최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한시적인 IG 활동이 끝나면 WG으로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될 계획이다. 바야흐로 모바일에 이은 웹과 가전의 본격적인 만남이 이제 TV를 통해 시작되는 것이다.
워크샵을 마치며 드는 생각은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TV가 무엇이냐?' 가 아니고 'Web 이 무엇이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UI 기술로서의 웹, Device 컨트롤러로서의 웹, 셋탑 미들웨어 로서의 웹. 이제는 웹기술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할 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웹개발자들도 웹이라는 단어가 주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열린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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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일본 관계자들은 Web on TV 관련하여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잘해보자는 농담을 여러차례 했다. 일본이 방송쪽으로 강하다면 우리나라는 TV 제조로는 세계최고이기 때문에.
사족 2) 캐논에서 나온 발표자는 웹을 다양한 이기종의 가전기기를 묶는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기존에 나와있는 DLNA나 기타 많은 컨텐츠 공유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여전히 불편하며 웹만큼 편한것이 없다고 하는 그의 주장이었는데 그들이 웹기술쪽으로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고민을 진행하였는지 다시한번 놀라게 되었다.
사족 3) W3C 워크샵은 정말 빡쎘다. 2시간에 한번씩 쉬고 점심도 샌드위치로 떼운다. W3C Web on TV 워크샵은 찌는듯한 9월초 동경의 날씨와 사람들의 열기와 땀냄새로 기억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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